창작소설

조우-2

선한 나 2016. 1. 20. 15:10

아버지를 닮은 오빠, 그가 거기에 앉아 있을 줄이야, 영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설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녕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돌이질 하면서도 그 얼굴이 너무나도 흡사했다. 학생 때 본 그 까까머리가 지금도 그대로인 채 영옥의 건너편에 앉아있는 것이다. 영옥은 도무지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좌중에 앉아있어도 머릿속은 헝클어진 실타래같이 혼돈스럽기만 했다. 종순 언니가 몇 번을 부르고 나서야 영옥은 상을 들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 옥아. 너 왜 그렇게 넋이 나갔니?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본 모양이로구나. 누구니? 내 불러내줄 테니까 말해봐."

종순 언니는 새로 상을 준비하며 설거지를 하고 있는 영옥을 향해 의미 있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말해봐, 너 얼굴에 다 씌었는데.......? 내 불러줄게."

언니는 다시 영옥의 어깨 너머로 치근대며 재촉했다. 순간 영옥은 확인을 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름이라도 확인해보아야만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언니, 고 순길이라고 있음 좀 불러주세요."

"그럼 그렇지. 요 앙큼한 것아. 내 직감은 못 속여. 그러니 니가 그리도 넋을 놓고 있어서 몇 번을 불러도 모르지. 그래, 알았다. 내 불러내 줄게."

영옥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아까 술좌석에서 본 얼굴과 이름이 첫눈에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기대하지 않은 만남이 가슴 덜리게 했다. 정말로 아까 본 그 이름이라도 눈으로 똑똑히 확인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조금 후 종순 언니가 쪼르르 영옥에게 달려왔다.

" , 요 앞 식탁에서 식사하는 사람한테 살짝 부탁을 해두었으니까 저기 빈 방으로 가 있어. 그래, 잘 아는 사이니?"

영옥은 분명 지금 이곳에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마구 떨려왔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온갖 생각들이 빠르게 교차하는 머릿속을 도무지 가다듬을 수가 없었다. 영옥은 비어있는 방의 차가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조금 지나서 방문이 열리고 종순 언니의 웃는 모습이 문틈으로 보였다. 그 뒤로 그 사람이 들어서고 있었다. 영옥은 도저히 바로 볼 수가 없어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겁이 나기도 하고 떨려서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방으로 들어와서 서 있는 그 사람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영옥은 얼떨결에 자리를 권했다. 그리고는 어렵사리 얼굴에 눈을 가지고 갔다. 분명 그 사람이었다. 이름표를 다시 보았다. 고 순길. 그 사람이 분명했다. 분명 그리던 오빠였다. 아버지 얼굴을 쏙 빼닮았던 오빠가 분명히 거기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저쪽은 통 못 알아보는 눈치였다. 영옥을 알아보지 못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몹시도 당황하고 쑥스러워하는 모습 같아보였다. 영옥은 갑갑함이 치밀어 올랐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하나? 난 이렇게 알 수 있는데, 내가 그 동안 그렇게 몰라 볼 정도로 변했나? 아니면 그 때 그 일이 잊고 지낼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일까?'

영옥은 답답한 심정만 더해갈 뿐 해야 할 말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 모르는 거야. 잊어버린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까맣게 모를 수가 있을까? 아무리 세월이 몇 년 지났다고 하지만 그렇게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

영옥의 졸갑증은 더해만 갔다. 두 사람 다 할 말을 잊은 채 잠시 무거운 침묵이 방안 공기를 누른다. 영옥은 견딜 수가 없었다. 영옥이 그렇게 그냥 그 방을 나왔다. 말 할 수 없이 허탈한 기분 속에 영옥은 정신없이 부엌으로 달려갔다. 찬 물을 손에 받아 얼굴에 끼얹으며 달아오른 열기를 식혔다. 어떤 말을 어떻게 하고 나왔는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도망치듯 그 방을 빠져나왔다. 영옥은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이 치밀어 오르는 분하고 미운 생각을 가슴에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종순 언니는 심심하면 영옥을 놀려댔다. 아줌마가 영문을 몰라 물었으나 영옥은 사람을 잘못 보았을 뿐이라고 얼버무리고는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나 아줌마는 그 일을 그냥 예사롭게 지나치지 않는 눈치였다.

 

겨울이 깊어가는 어느 2월이었다. 아줌마는 영옥이 혼자 있는 방으로 들어와서는 말을 붙였다.

"혼자 심심하지? 언니 둘은 시장 보냈다."

시장은 아줌마가 늘 다니곤 했다. 간혹 영옥과 함께 갈 때도 있었지만 언니들을 보내는 날은 별로 없었다.

"지난 번 그 사병 말이다. 너 기억나지?"

영옥은 하루도 생각을 지워본 적이 없었다. 섭섭한 마음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뒤섞여 자꾸만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그 소식조차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렇게 몰라보았기 때문이었다.

"종순이가 널 놀려대고 있지만 넌 장난이 아닌 것 같아보여서 말이다. 그 일로 니가 여니 때와는 달라 보이는 것을 내가 몰라볼 리가 있겠니? 니 맘속에 있는 고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내가 니 엄마 같기야 하겠냐만....... 영옥아, 그렇지만 그냥 가까운 사람이라 생각하고 어디 얘기 좀 해 보거라. 혹시 아니? 내가 도움이 될 일이라도 있을 런지....... 그 때 처음 본 사병을 니가 알아본다는 게 아는 사람인 듯싶은데, 매사에 빈곳이 없는 니 성품을 내가 알기 때문에 이러는 것이야."

영옥은 말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냥 마음속에 감싸두고 싶을 뿐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서만 펴보고 싶은 소중한 보자기를 아무렇게나 끌러놓고 싶지 않았다. 다만 그 오빠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더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아줌마, 그냥 좀 아는 사람인데요,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 몰랐어요. 그래서 아줌마께 말씀 드리지 않았을 뿐이에요. 약간 놀랐어요. 그런데 그 부대가 어디쯤에 있나요?"

"-, 그 왜 김상사님 알지? 그 부대에 있는 사병들이야. 내가 좀 알아봐줄까? 어느 부서에 있는지? 부대는 눈물고지 너머에 방산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있어."

" 좀 알아봐주실래요?"

"그래, 내가 알아보마. 영옥아....... 언제라도 좋으니 니가 맘을 열고 싶을 때, 그 때 얘기해라. 이 아줌마를 엄마같이 생각하고......."

영옥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옥은 아버지 소식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면서 다시 오빠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먼저 말을 끄집어내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버스 정류장은 오가는 사람들로 부산했다. 시장은 설 명절을 장사로 며칠째 시끌벅적했다. 식당도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언니들은 설빔을 장만하러 시장을 다니느라 정신들이 없었다. 명절 전날 두 언니는 설을 쇠러 고향으로 내려갔다. 아줌마는 영옥에게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영옥이 언니들과 같이 떠나려고 했다면 아줌마는 함께 보내주었을 텐데 그런 영옥이 말이 없자 아줌마는 마음이 쓰여서인지 영옥에게 괜스레 말을 붙이고 있었다.

"옥아, 이제 너와 나만 남았구나, 심심해서 어쩔거나? 어떠니? 설날에 오가는 손님들 국밥이나 말아주게 문이나 열어볼까? 너 싫다면 관두고......."

"아줌마는 아드님네로 다니러 안 가세요? 지난번 편지에 설에는 못 오신다고 아줌마더러 다녀가시라고 했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그게 귀찮아져서 싫어. 못 간다고 부대로 연락했다. 이제는 다니는 게 왠지 성가셔서 말이다. 그냥 먼 길 다니는 게 피곤해. 어지럼증도 생기고......."

말은 하지 않아도 아줌마는 영옥을 의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적어도 영옥의 느낌은 그랬다. 두 언니들과는 달리 영옥이 설을 쇠러 간다는 말이 없자 아줌마의 마음이 바뀐 것 같았다. 영옥은 그 느낌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영옥을 생각해서 여러 가지로 마음을 써줄수록 영옥은 오히려 불편한 마음만 생겼다. 이러면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생각처럼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 그러나 애써 아줌마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아줌마 편한 대로 하세요. 저는 아무래도 괜찮아요.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요 뭐. 그런데 손님은 있을까요?"

"그럼, 심심찮게 있을 거야. 동네까지 오가는 거리가 머니까 버스에 내리면 다들 출출할 거야."

아줌마 말대로 명절 전날부터 손님이 제법 들었다. 문을 연 식당이 이곳밖에 없어서 더욱 그런 듯했다. 해가 넘어간 뒤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거리도 쥐죽은 듯 고요했다. 영옥은 아줌마랑 내실 아랫목에 엉덩이를 묻고 앉아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아줌마는 영옥에게 하얀 봉투를 하나 내밀며 망설이듯 말했다.

"옥아, 아무 말 하지 말고 넣어두어라. 그래, 세뱃돈이라 생각하면 되겠구나. 내일 너 나한테 세배할 거지? 니가 이것을 거절하면 내 마음이 슬퍼질 것 같으니 그렇게 하지 말거라. 너와 나 사이에 지금 무슨 말이 소용 있겠니? 그냥 그렇게 조금씩 위로하며 살자. 내가 지금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그것이 도리어 마음에 걸린다. 내가 이 나이에 이제 사는 재미가 무엇이라 생각하니?"

영옥은 해야 할 말이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일찍 혼자 된 몸으로 자식들 출가시키고 난 후의 삶 속에서 아줌마는 영옥에게 비쳐지는 그 어두운 그림자처럼 같은 병을 지니고 사는 동병상린의 아픔을 나누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아줌마는 영옥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내 놓지 않았던 가슴앓이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끄집어내어 그 모자이크들을 영옥에게 내밀어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가야만 하는 그 외롭고 슬픈 길을 아줌마도 함께 가고 있는 것이었다. 영옥은 그 쓰라린 조각들을 그 자리에 가만히 놓아둔 채 차가운 눈물을 훔쳐내고 있는 아줌마의 방을 살며시 빠져나왔다. 모두가 이 세상을 영원히 떠나버린 것처럼 고요만이 내려앉은 길거리에 나와 서서 별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저편을 영옥은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영옥은 아줌마의 아픔이 더 커지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영옥으로 인해 아줌마의 잊고 지냈던 아픔들이 되살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진 않았지만 아줌마는 영옥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거울에 아줌마의 마음을 비추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영옥은 아줌마의 마음을 더 이상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외롭고 슬픈 삶은 영옥 하나로 족한데 아줌마에게 그런 고통을 반추하게 만드는 자신을 영옥은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온몸이 냉기로 저려오는 추위에서도 영옥은 오히려 상쾌함을 느꼈다. 영옥은 내실을 쳐다보다가 가만히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영옥은 가방에서 사진을 끄집어냈다. 엄마와 아버지가 함께 함께 찍은 모습이 담겨진 사진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엄마 방에서 제일 소중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던 엄마의 귀중품 중 하나였다. 영옥은 사진틀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모습들을 손으로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다. 그 위에 아버지를 닮은 오빠의 얼굴이 겹쳐 올랐다. 영옥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눈을 감았다. 고등학교 때 얼굴이 생각났다. 군인이 된 모습도 떠올랐다. 그 오빠를 찾아보아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영옥은 사진을 엄마의 일기장과 함께 싸서 다시 가방에 조심스레 넣었다.

 

한낮의 햇살이 제법 따가운 이른 봄이었다. 먼 산에는 아직도 잔설로 덥혀서 한 점 속살을 내비치는 곳이고는 없었다. 사람과 차가 다니는 바닥만 거무튀튀한 흙 자국을 조금 내비칠 뿐 녹지 않은 눈으로 사방이 하얀 색으로만 가득했다. 영옥은 어떻게든 아줌마에게 말을 끄집어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좀처럼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조바심만 더했다. 마음이 정해졌을 때를 영옥은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그 기회를 놓쳐버리면 영영 끄집어낼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영옥의 초조함도 점차 한계에 이르는 것 같아 자꾸만 자신감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늦은 밤 영옥은 내실 문 앞에 서서 용기를 내어 노크를 했다. 문이 열리고 아줌마의 얼굴이 보였다.

"옥이구나, 들어 와."

어색한 얼굴로 방안에 들어서서 우두커니 앉아있는 영옥을 아줌마는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영옥은 아줌마에게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아줌마....... ....... 아무래도 가야 할까 봐요......."

"그래, 그 얘기구나.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짐작은 하고 있었다만 생각보다 빨리 왔구나....... 갈 곳은 정했니? 이것 한 가지만 옥이 니가 내게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정해져 있지 않음 그게 정해질 때까지 만이라도 있도록 하고......."

아줌마의 속은 영옥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었다. 영옥은 자신에 대한 얘기를 별로 하지 않은데 대한 오해라도 있을까봐 늘 조심스럽게 지내왔는데 아줌마의 마음 씀씀이를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는 영옥으로서는 조금이라도 거짓을 말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것이 아줌마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가는 것이 지금까지 제게 해주신 아줌마에 대한 도리가 아닌 줄 압니다. 하지만 가야 할 것 같아요. 아줌마는 제가 애기를 안 해도 거의 다 이시잖아요. 그냥 고맙고 감사할 뿐이에요."

"영옥아, 니가 우리 식당에 왔을 때 난 니가 그냥 느낌이 그랬었다. 그런데 니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난 니가 이유는 모르지만 갈 곳이 없는 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그런 니가 참으로 불쌍한 생각이 들었단다. 내 한 몸 편하게 몸 붙이고 지낼 데가 없는 아이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졌으니까. 그리고 딸처럼 친군감도 조금 느꼇구....... 지금도 내 딸 같은 맘은 마찬가지구....... 그런 니가 이상하게도 오랫동안 함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안 들더구나. 왜 그런 예감이 들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만....... 그래, 가고 싶으면 가야지. 니가 생각하고 맘먹은 게 무엇이든 간에 마음에 위안이 된다면 어디든 가거라. 그리고 지치면 언제든지 다시 오너라. 내가 언제나 문을 열어둘 테니까. 이상하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내 곁을 떠나고 말아. 아무래도 내 복이 그것밖에 없는 게야......."

"고맙습니다, 아줌마. 정말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언제 가려구 그러니?"

"내일 아침쯤 해서요."

"그래....... 그렇게 하자. 영옥아, 너무 상심하지 마라. 세상은 니 마음과는 또 다른 아름다운 것도 많이 있단다. 나는 언젠가 니가 스스로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씩 영옥이 니가 생각이 나겠구나. 용기를 잃지 마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너랑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바란다."

영옥은 미어지는 가슴을 누른 채로 내실을 나왔다. 하얀 눈이 어둠 속에서 길을 밝히고 있는 식당 문밖에 서서 어둠 저 편을 건너다보고 있었다. 다시는 울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어떤 일이 있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리라 했는데 마음과는 달리 한없는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영옥은 자꾸만 이별을 만들어가는 자신이 미웠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제는 두려워졌다. 영옥은 차가운 공기를 깊숙이 들이켰다. 젖은 얼굴이 찬 공기에 아려왔다. 한동안 영옥은 그렇게 꼼짝 않고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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