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2 아버지를 닮은 오빠, 그가 거기에 앉아 있을 줄이야, 영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싶었다. '이곳에서 설마?'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정녕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돌이질 하면서도 그 얼굴이 너무나도 흡사했다. 학생 때 본 그 까까머리가 지금도 그대로인 채 영옥의 건너편에 앉아있는 .. 창작소설 2016.01.20
11. 조우-1 11. 조우 함박눈이 아침부터 쉼 없이 쏟아졌다. 영옥은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 모양을 처음 보았다. 식당 문 앞을 열심히 비질하며 눈을 쓸어내는 모습을 본 아줌마가 영옥의 등을 툭 치며 만류했다. 처음엔 그 이유를 몰랐다. 한참 후에야 영옥은 아줌마의 그런 사정을 알 것 같았다. 그.. 창작소설 2016.01.20
이별-2 - 언제부터 엄마는 이 노트 속에다 가슴에 넘치듯 차오르는 그리움을 쏟아서 담아오고 있었을까? - 영옥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보고 싶은 아버지의 모습을 생각해온 영옥과는 달리 어떤 알 수 없는 기운이 그 속에 서리서리 새겨져 있을 것 같았다. 영옥은 조심스레 한자씩 또박또박 읽어.. 창작소설 2016.01.18
10. 이별-1 10. 이별 버스는 털털거리며 자갈길을 느릿느릿 기어갔다. 영옥은 숨을 가슴 깊이 들이마셨다. 열린 차창 사이로 산 수풀 내음이 가슴 가득 안겨왔다. 산 나무 그림자가 길게 신작로에 드러누워 버스를 막아섰다. 산기슭 모퉁이를 돌아서 버스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차창 너머로 산 아.. 창작소설 2016.01.18
9. 억새의 노래 9. 억새의 노래 윤복은 틀어놓은 카세트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들으며 영옥은 누워있던 자리를 대충 개켜 구석으로 밀쳐놓고 밖으로 나섰다. 서늘한 방과는 달리 바깥은 햇볕으로 얼굴이 따가웠다. 대문을 밀치고 나서는 영옥을 내다보며 윤복이 열린 방문을 향해 큰소리로.. 창작소설 2016.01.18
마산 집-2 이른 아침 방산에 내리는 비는 아직도 차가웠다. 마치 얼음을 녹여 쏟아 붓는 것 같았다. 한줄기 비가 세차게 쏟아져 내리다 어느새 그쳐서는 언제 내렸느냐는 듯 눈부신 햇살이 골짜기마다 쏟아져 퍼졌다. 아침에 외출 허락을 받아놓은 순길은 보급차로 귀대하던 도중 부대 입구에서 차.. 창작소설 2015.10.31
8. 마산 집-1 8. 마산 집 방산 골짜기의 봄은 늦게 찾아온다. 삼월이 되면 쉼 없이 내리던 눈도 그 도수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다. 겨울을 나는 부대의 모습은 오로지 눈과의 처절한 전투로 이어져간다. 이틀이 멀다 하고 본부대 앞 연병장에는 밤새 눈이 내려 허리춤까지 쌓여 올랐다. 치워도, 치워.. 창작소설 2015.10.31
만남-2 아가씨는 조용히 목례를 한 다음 방을 나갔다. 순길은 잠시 동안 멍하니 옷가지가 걸려있는 벽을 바라다보았다. 젓가락으로 상을 두드리며 손뼉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건넌방에서 들려왔다. 순길은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방을 나왔다. 그리고 사병들의 고함소리가 들리는 .. 창작소설 2015.10.31
7. 만남-1 7. 만 남 겨울이 한창인 방산의 일월 하순. 눈이 허리춤까지 쌓인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새벽부터 길을 여는 제설작업으로 온통 부대가 소란했다. 간밤에 눈이 엄청 온 것이었다. 시월이면 방산에는 얼음과 함께 첫눈이 내린다. 그 이후부터 내린 눈은 거의 겨울 내내 녹는 법이 없다. .. 창작소설 2015.10.31
방산-2 서울서 술집 웨이터를 했다는 고문관 창성이는 모자를 허리춤에 한껏 비껴 차고 기타를 치는 시늉을 해가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몸을 꼬아대고 있었다. 철수가 고함을 질렀다. “선임하사님요, 오늘 아가씨 구경 쪼매 시키주능교?” 쪼께 선만 보고 말 낀 께네 구경 좀 하그로 해 주이소.. 창작소설 2015.10.31